주체

    해방직후의 어느해 봄날 해질무렵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동지께서는 손수 정원의 꽃나무를 뜨고계시였다.

    김정숙동지의 일손을 도와드리려고 달려간 경위대원들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눈길로 그이의 손길을 바라보았다. 그이께서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옮겨심으면 좀처럼 살리기 어렵다는 백리향꽃나무를 뜨고계시였기때문이였다.

    그들의 이런 심정을 헤아리신듯 김정숙동지께서는 이마에 구슬진 땀방울을 씻으시며 이 꽃나무를 키워보니 정성들여 가꾸면 그렇게 살리기 어려운 꽃나무가 아니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시였다.

    그렇지만 김정숙동지의 깊은 뜻을 알수 없었던 경위대원들은 더더욱 그 사연을 알고싶은 충동을 누릴길 없었다.

    그러는데 떠놓은 꽃나무를 드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계시는 방가까이에 꽃나무를 심을 자리를 잡으시는것이였다.

    그때까지도 경위대원들은 정원 어느곳에서나 위대한 수령님께서 꽃밭을 보시기에는 별반 다를것이 없을것 같은데 왜 꽃나무를 떠옮기시려는지 그 참뜻을 알수 없었다.

    이윽하여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을 둘러보시며 장군님께서 계시는 방에서는 꽃밭이 좀 멀리 보이더라고, 그리고 늘 보아야 바람결이 맞지 않아서 꽃향기가 옆으로 스쳐지나지 장군님께서 계시는 방으로 들어오지 않더라고 말씀하시였다.

    순간 경위대원들은 위대한 수령님께 바치시는 진정이 얼마나 뜨거우시였으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꽃향기에 대해서까지 마음쓰실가 하는 생각으로 저도모르게 가슴이 뭉클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계시는 방으로 꽃향기가 어떻게 하면 더 잘 풍겨가겠는가 하는것까지 가늠해보시며 오래동안 관찰해보시였을 김정숙동지의 그 마음에 경위대원들은 눈굽을 적시였다.

    그날부터 김정숙동지께서는 온갖 지성을 다하여 창가에 옮겨심은 백리향을 정성껏 가꾸시였다.

    그리하여 백리향은 이름그대로 백리까지 풍기는 그윽한 향기에 김정숙동지의 지극한 충정의 마음을 싣고 위대한 수령님의 방으로 흘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