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23(1934)년 10월중순 어느날이였다.
유격근거지인 북동마을사람들은 김정숙동지의 지도하에 가을걷이를 하고있었다.
가을걷이를 마감단계에서 다그치고있는데 적들이 나타났다는 신호가 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바쁜속에서도 곡식을 나르는 조와 늙은이들과 아동단원들을 대피시키는 조들을 조직하고 그들이 신속히 자기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시였다.
그런데 콩단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적들이 벌써 지척까지 기여들었다.
그것을 다 나르려면 적들에게 발각될것같아 운반조성원들이 망설이고있을 때 김정숙동지께서는 밭에 한알의 낟알도 남겨둬서는 안된다고 하시며 쏜살같이 밭에 달려 내려가시였다. 운반조성원들이 모두가 콩단을 지고 빠지도록 살피시고 나신 김정숙동지께서는 마지막콩단을 지고 대피소로 달리시였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오던길로 되돌아 서는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 무슨 일인가고 물으시니 다섯살난 아이를 밭머리에 세워놓고 일하다가 놈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아이는 생각못하고 수수단만 이고 뛰여왔다는것이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사람들이 더 생각할 사이도 없이 적들이 밀려드는 밭을 향해 되돌아 달려가시였다.
대피지에 있던 어른들과 아동단원들은 모두 안타까이 그이를 부르며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놈들이 쏘아대는 총소리는 더욱 자지러지게 울리는데 그이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참만에야 건너편 나무숲속에서 아이를 업고 달리시는 김정숙동지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김정숙동지께서 아이를 업으신채 인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반대방향으로 적들을 유인하고 계시였던것이다.
얼마후 적들의 총소리는 멎고 밭에서는 삼단같은 불길이 타래쳐올랐다. 놈들이 밭에 있는 짚단들에 불을 놓고 달아났던것이다.
손에 땀을 지고 김정숙동지를 기다리던 마을사람들은 모두 그이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그때 김정숙동지께서 아이를 업으신채 건너편 산기슭에서 수풀을 헤치시며 나오시였는데 그이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이를 받아안은 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비오듯 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이처럼 남을 위해서는 한몸의 위험도 서슴지 않으시였다.